한 뼘 성장을 위한 독서

민음 북클럽 '손끝으로 문장읽기' - 문장 필사 두번째

love27hyun 2020. 8. 5. 00:10

소설 속 주인공인 화자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

매일 아침 지하철에서 짧은 시간 동안 접하는 화자의 이야기는 매 순간 무겁고 울컥하는 감정이 샘솟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자는 글을 쓴다.

'쓰레기'라고 스스로가 자신의 글을 평가하거나 타인에게 그렇게 평가당하기도 하지만 끊이지 않고 쓴다.

 

사실, 나는 화자가 글을 쓰는 이유가 정말 궁금했다. 도대체 왜 그녀는 글을 쓰는가.

생계를 위해 글을 쓰기에도 벅찬 하루하루를 보낼 때도 있지만 그 모든게 깨부수어졌을 때조차 그녀는 글을 썼다.

무언가 맹목적인 것 같아 보이기도 해서 더욱 처연하게 느껴지는 그녀의 글쓰기는 결국 무엇을 위한 것일까.

 

 

"생각해 보면 나는 김작가와 떨어져 살았던 어린 시절에도 쓰지는 않았지만

언제나 혼자 놀기 위한 대본이 필요했던 것 같다. 혼자만의 공간, 혼자만의 등장인물, 혼자만의 날씨,

그래서, 그런데, 그랬거든, 그건 아니고 등으로 계속 이어지는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했었다.

이야기만이 시간을 이길 수 있었다."

 - 라이팅클럽, p257~258

 

 

"이야기만이 시간을 이길 수 있었다." 화자가 글을 쓰는 이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 문장에서 느껴졌다.

비단 어린 시절의 경험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화자는 혼자만의 시간 속에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작가와 함께 사는 동안에도, 친구와 함께 였던 시간도, 남자 친구를 만나 동거를 했던 기간도, 세탁소 남자와 미국이라는 낯선 환경에 던져졌을 때도.

그 지루하고 긴 시간을 견뎌낼 수 있는 방법으로 글쓰기를 선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맨해튼과 뉴저지를 연결하는 조지 워싱턴의 다리를 그곳 사람들은 그냥 '조다리'라고 불렀다.

나는 운동 나가는 N을 따라 그 조다리가 잘 내려다보이는 공원에 산책 나온 한국 사람들에게 광고 전단지를 나눠주었다. "차라리 신문에 광고를 낼까?" 내가 흥분하면 N은 내 엉덩이를 때리면서 한마디 했다.

"제발, 연애할 생각이나 좀 해 봐. 아니면 그냥 조용히 운동해서 살이나 빼든가."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세탁소 남자가 생각나긴 했지만 글쓰기 욕구보다 그를 만나고 싶은 욕구가 강한 적은

기필코 단 한 번도 없었다. 도대체 쓰는 게 뭔데! 나는 미친 것 같았다."

- 라이팅 클럽, p261 

 

 

드디어 이 소설의 제목인 '라이팅 클럽'의 등장을 코앞에 두고 있다.

코끼리 다리가 되도록 피곤하고 힘든 노동 중에서도 글을 쓰는 욕구를 포기하지 않았던 주인공은 미국이라는 낯선 땅에서 글쓰기 모임을 만들기 시작한다.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기대되면서도, 주인공에게 조금은 가볍고 즐거운 시간들이 선사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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