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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북클럽 밑줄긋고 생각잇기 <4주차>

북 토크를 보면서 박완서 작가님이 '사람(인물)'에 대해 얼마나 넓고 깊은 관점을 가지고 글을 썼는지를 알게 됐다. 어렵지 않은 글로, 정형화되지 않은 인물을 그려낼 수 있다는 건 작가의 판단이나 편견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나에게 다가왔다. 흔히 쓰이는 '공감'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품어낼 수 있을까. 잘 살펴보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공감할 수 '없는' 환경 속에 살고 있는데 말이다. 어떤 사람(인물)에 공감한다는 것은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그것을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한정된 것일 수 있다. 그 공감대에 속하지 못한 다른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목소리까지 박완서 작가님은 품어주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도 그 '공감'의 문제로 글을 읽기 힘들었다. 조금은 마음을 내려놓고..

민음북클럽 밑줄긋고 생각잇기 <3주차>

박완서, 나목/도둑맞은 가난, p176 흠잡을 때 없는 완벽한 정돈, 그러나 거긴 통 생활의 냄새가 없었다. 한기가 돌았다. 그것들은 아버지와 오빠들의 유품인 동시에 어머니의 유품인 것도 같았다. 살아있는 삶의 모습이 아닌 화자의 어머니가 가지고 있는 공허함을 잘 표현한 문장인 것 같았다. 때로는 잘 정돈된 빈틈없고 깔끔한 모습에서 쓸쓸함이 느껴질 때가 있는데 이렇게 표현될 수 있음에 감탄했다. 그 사람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느냐에 따라 손이 닿는 것들에도 감정이 실릴 수 있다는 것을 느끼며 글을 읽었다.

민음북클럽 밑줄긋고 생각잇기 <2주차>

박완서, 나목/도둑맞은 가난, p154~155 "나는 적잖이 당혹했다. 내가 누구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를 가르쳐줄 수 있다니, 그녀 스스로가 그것을 알고 처리할 자유가 있다고 믿기보다는 윗사람에게 순종했다고 믿는 것이 마음 편한 모양이다. 하여튼 이숙은 또렷이 알고 있지 않은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아마 다이애나 김도, 수잔 정도 스스로 그것을 분명히 알고 있을 게다. 환쟁이 김씨도, 돈씨도, 옥희도씨도 아마 알고 있을 게다. 나만 빼놓고 저희들끼리 다 알고 있을 게다. (중략) 나는 내가 도저히 견제할 수 없는 여러 갈래의 많은 '나'의 제멋대로의 아우성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 아우성들을 간추린다거나 억누를 생각같은 건 해본 적도 없이 그 아우성들에게 나를 조금씩 나누어 빙빙 어지럽게 맴을 돌..

카테고리 없음 2021.03.25

민음북클럽 / 밑줄긋고 생각잇기 (1주차)

박완서, "문득 나는 그도 역시 침팬지의 고독을 앓고 있음을 짐작했다. 그리고 나도 그를 도울 수 없음을. 좀 전의 충족감이 포말처럼 꺼졌다. 나도 그에게서 소리없이 밀려나 있었다. 침팬지와 옥희도와 나...... 각자 제 나름의 차원이 다른 고독을, 서로 나눌 수도 도울 수도 없는 자기만의 고독을 앓고 있음을 나는 뼈저리게 느꼈다.". - p66 문득 찾아오는 공허함, 누구에게도 충족될 수 없는 외로운 순간들을 마주했을 때 당혹스럽기도 하고, 이것이 어떤 감정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었다. 지금은 그러한 것이 당연한 것이고, 누구나 겪은 감정이라는 것을 알지만 여전히 그런 느낌은 생경하기만 하다. 그래서인지 소설을 읽다 이 구절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차원이 다른 고독, 서로 나눌 수도 도울 수도 ..

[컨셉진 100일 글쓰기]

노동의 대가는 무엇일까. 일을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의 결과가 '돈'으로 귀결된다고 하면, 일하지 않고 돈을 버는 것이 공분을 사는 이유가 이해되기도 하다.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받는 돈이 다르다는 것, 누가 정했는지 모르는 임금 체계에 대해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 중요하다. 돈이 없는 삶은 하루라도 살아가기 힘든 것이 자본주의이다. '돈'에 민감한 사회에서는 고효율을 추구한다. 누구든 내가 투자한 것 대비 더 큰 이익을 얻고 싶어 한다. 내가 노력한 것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많은 성과를 얻고자 한다. 많은 것을 투자하고도 남들과 똑같이 성과를 나눠가진다면 그 누구도 어떠한 형태로든 노력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노력을 인..

[컨셉진 100일 글쓰기]

루이 암스트롱, 너무 친숙한 이름이지만 이 분의 음악에 대해서 진지하게 접해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이번 기회로 음원 사이트에서 이 분의 앨범을 찾아 플레이 리스트에 담아 듣고 있는 지금, 살랑살랑 춤이라고 추고 싶은 기분이다. 오늘 아침에 부쩍 날씨가 추워졌는데 음악을 듣고 있으니 완연한 가을을 맞이한 것 같다. 루이 암스트롱의 짙고 걸걸한 보컬과 코넷 연주가 음악 안에서 절묘한 합을 이루고 있어 흡사 스캣 같이 들리기도 하다. 처음 스캣을 접했을 때 즉흥적으로 멜로디를 써 내려가는 보컬의 모습이 굉장히 시적이다고 생각했는데 그 원조가 루이 암스트롱이었다는 사실도 오늘 처음 알았다. 알면 알수록 성대모사로 웃어 넘길 분이 아니구나를 느낀다. 내가 익히 알고 있는 재즈를 시작한 사람. 이 분 덕분에 하..

[컨셉진 100일 글쓰기]

뻔한 내용이고, 뻔한 결말이지만 가슴에서 울컥하고 감정이 솟아오르는 건 그 '뻔한 것'들이 내 마음을 울렸다는 뜻이다. 요새 마음이 심란해서인지 책도 잘 안 읽히고, 공부하는 내용도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자꾸 마음이 붕붕 뜬다. 무언가를 집중해서 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어떤 확신이나 믿음, 이것을 해야 하는 이유가 흔들린다. 생각만 많다 보니 생리적 욕구를 자극시키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먹는 것, 보는 것, 자는 것. 복잡하고 어지러운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당장 나를 즐겁고 행복하게 하는 것을 찾게 된다. 그러다 보니 배가 나오고, 허리 사이즈는 늘어나고 무기력해지고 자꾸 갖지 못하는 것에 집착하게 된다. 분명 그것 말고도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있었는데 이제 그 가치가..

[컨셉진 100일 글쓰기]

얼마 전부터 순대볶음이 먹고 싶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백순대'가 먹고 싶었다. 누군가가 리뷰로 순대계의 알리오 올리오라고 백순대를 표현한 이후로 급 호감이 생겨서 순대볶음 하면 백순대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배달앱으로 주문만 하면 되는데, 1 끼니에 16천 원의 외식비가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1인 가구로 살아가는데 수 만 가지의 장점이 있다면 단 한 가지 단점은 먹고 싶은 음식을 시켜먹을 때 양과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백순대뿐만 아니라 피자, 치킨, 족발, 부대찌개 등등 혼자서 시켜먹기에는 많은 고민이 드는 음식들이 '땡길 때'가 있는데 막상 결제 단계에서 고민하다 포기한다. 가격은 둘째 치고, 그 많은 양을 감당하기도 벅차고 나눠서 먹자니 음식물 쓰레기 처리반이 된 것처럼 매 끼니 의무..

[컨셉진 100일 글쓰기]

오후 9시만 되면 눈이 감긴다. 이랬던 적이 없는데, 처음 겪는 일이라 퍽 난감하다. 억지로 잠에서 깨려고 애써보지만 눈이 뻑뻑하고 졸음이 쏟아져 뭘 못하겠다. 평소보다 잠드는 시간이 1~2시간은 더 빨라졌다. 문제는 빨리 잠드는 만큼 일찍 눈이 떠지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퇴근 후에 공부를 하겠다고 다짐하고 며칠 동안 실천했더니 그게 그렇게 피곤했던 걸까. 아니면 체력적인 힘듦일까. 그것도 아니면 역시 직장 내 스트레스인가. 어찌 됐든 퇴근 후 자유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아까운 일이다. 세수를 하고 났더니 조금은 괜찮아진 느낌이다. 빨리 글을 마무리하고 어제도 컨디션 난조로 하지 못한 공부를 하고 자야겠다. 본래 계획한 공부의 양이 있는데, 그 절반 정도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 무리했다가는 시작도..

[컨셉진 100일 글쓰기]

세상에 없던 것들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경이롭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소비했던 것들이 새삼스럽게 대단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자신의 생각이 눈 앞에 보이는 현실로 구현되는 기분이란 어떤 걸까. 30년 넘도록 '소비자'로만 살아왔던 나에게는 무엇을 '생산'하는 사람들의 삶이 궁금하다. 주어진 현실을 다른 관점에서 보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부럽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대단하다. 그리고 세상에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저작권을 가지고 있어서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죽어 없어져도 오래오래 살아남을 영원한 내 것. 소유욕이 없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쓰고 보니, 나는 '내 것'을 가지고 싶은 욕심이 큰 것 같다. 처음에는 단순한 의미의 '내 것'인 줄 알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