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 성장을 위한 독서 18

민음북클럽 밑줄긋고 생각잇기 <4주차>

북 토크를 보면서 박완서 작가님이 '사람(인물)'에 대해 얼마나 넓고 깊은 관점을 가지고 글을 썼는지를 알게 됐다. 어렵지 않은 글로, 정형화되지 않은 인물을 그려낼 수 있다는 건 작가의 판단이나 편견이 개입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나에게 다가왔다. 흔히 쓰이는 '공감'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품어낼 수 있을까. 잘 살펴보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공감할 수 '없는' 환경 속에 살고 있는데 말이다. 어떤 사람(인물)에 공감한다는 것은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그것을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한정된 것일 수 있다. 그 공감대에 속하지 못한 다른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목소리까지 박완서 작가님은 품어주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도 그 '공감'의 문제로 글을 읽기 힘들었다. 조금은 마음을 내려놓고..

민음북클럽 밑줄긋고 생각잇기 <3주차>

박완서, 나목/도둑맞은 가난, p176 흠잡을 때 없는 완벽한 정돈, 그러나 거긴 통 생활의 냄새가 없었다. 한기가 돌았다. 그것들은 아버지와 오빠들의 유품인 동시에 어머니의 유품인 것도 같았다. 살아있는 삶의 모습이 아닌 화자의 어머니가 가지고 있는 공허함을 잘 표현한 문장인 것 같았다. 때로는 잘 정돈된 빈틈없고 깔끔한 모습에서 쓸쓸함이 느껴질 때가 있는데 이렇게 표현될 수 있음에 감탄했다. 그 사람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느냐에 따라 손이 닿는 것들에도 감정이 실릴 수 있다는 것을 느끼며 글을 읽었다.

민음북클럽 / 밑줄긋고 생각잇기 (1주차)

박완서, "문득 나는 그도 역시 침팬지의 고독을 앓고 있음을 짐작했다. 그리고 나도 그를 도울 수 없음을. 좀 전의 충족감이 포말처럼 꺼졌다. 나도 그에게서 소리없이 밀려나 있었다. 침팬지와 옥희도와 나...... 각자 제 나름의 차원이 다른 고독을, 서로 나눌 수도 도울 수도 없는 자기만의 고독을 앓고 있음을 나는 뼈저리게 느꼈다.". - p66 문득 찾아오는 공허함, 누구에게도 충족될 수 없는 외로운 순간들을 마주했을 때 당혹스럽기도 하고, 이것이 어떤 감정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었다. 지금은 그러한 것이 당연한 것이고, 누구나 겪은 감정이라는 것을 알지만 여전히 그런 느낌은 생경하기만 하다. 그래서인지 소설을 읽다 이 구절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차원이 다른 고독, 서로 나눌 수도 도울 수도 ..

미드나잇 리딩클럽 - 선택도서(체호프 단편선) 서평

함께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힘을 주는 것 같다. 그것이 비록 실체를 마주하고 있지 않다 할지라도. 온라인 독서모임을 하면서 5주의 시간 동안 책 한 권을 다 읽었다. 그것도 세계문학전집을. 처음 민음북클럽을 신청한 것도 세계문학전집을 읽자는 나름대로의 목표가 있었는데, 결국 멤버십을 신청하며 받았던 도서는 한 권도 읽지 못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독서모임을 하는 책은 꾸준히 읽게 된다. 이번 '체호프 단편선'도 독서모임을 하지 않았다면 선택도 하지 않았을 뿐더러, 완독은 하지 못했을 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 접한 문학은 왜 이리도 낯설게만 느껴지는 걸까. 체호프 단편선도 그러했다. '관리의 죽음'과 같은 익숙한 단편도 있었지만 다른 단편은 읽기가 쉽지 않았고 다 읽고 나서도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내..

미드나잇 리딩클럽 - 오디오북 + 종이책 독서소감, 사용후기

아직은 낯선 오디오북. 사실 미드나잇 리딩클럽이 아니었으면 아마도 나는 오디오북을 접해 보지 못했을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익숙한 경험에 갇혀 살게 된다. 오디오북에 대한 호평도 많이 들었었는데, 나는 어째서인지 책은 종이책으로 봐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오디오북을 듣는 것이 꽤 재밌고 흥미로워서 요새는 오디오북에 대한 포스팅이 있으면 예전보다는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목표로 했던 '느리게 읽기'는 실패했지만, 걷기 운동을 하면서 그리고 즐겨듣는 음악이 싫증이 났을 때 오디오북은 새로운 선택지가 되어 생활에 활력을 주었다. 특히 누군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듯이 세계문학전집 한 권을 뚝딱 읽은 기분은 처음 느껴보는 거라 신기하고 즐거웠다. 다른 일을 하면..

미드나잇 리딩클럽 - 마음에 드는 문장 사진찍어 올리기_2회차

처음에는 오디오북+종이책 조합으로 '느리게 읽기'를 실천해 보려고 했으나, 급한 성격 때문인지 오래 집중하지 못했다. 결국 산책길에 오디오북을 듣고, 종이책은 따로 시간을 내어 읽는 것으로 방향을 수정하고 실천해 보았다. 최근에 동네서점에서 진행하는 하루 30분 걷기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는데, 걸으면서 오디오북을 듣는 재미가 쏠쏠했다. 음악을 들으며 걸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느낌은 음악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매일 걸으며 오디오북을 듣다 보니 크게 힘들이지 않고 마지막 단편인 '주교'까지 왔다. 그에 반해, 종이책은 아직 세 번째 챕터인 '베짱이'에서 멈춰있다. 하지만 오디오북을 다 듣고 종이책을 뒤이어 읽으며 오디오북에서 들었던 내용을 상기시키는 것도 처음 경험하는 거라 재미가 있었..

민음사 질문하는 릿터(25호 깊이 읽기) - 2차 미션 '그림책, 종이책 물성의 마지막 수호자'

질문 1. 지금껏 접했던 그림책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모양이나 촉감을 가졌던 책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생각해보니 그림책을 접할 기회가 많이 없었다. 그림책은 '아동문학'이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해서, 성인이 된 순간 그림책과는 인연이 없을 것이라 단언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30대 중반을 넘어 후반을 바라보고 있는 요즘, 그림책이 왜 이렇게 끌리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림책 이전에는 '팝업북'에 마음을 뺏긴 적이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즈의 마법사', '잭과 콩 나무'의 내용이 연극 무대의 한 장면처럼 책 속에서 튀어나왔을 때 기분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팝업북을 보며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내 마음에 쏙 들었던 그 팝..

미드나잇 리딩클럽 - 마음에 드는 문장 사진찍어 올리기_1회차

미드나잇 리딩클럽, 내가 선택한 도서는 '체호프 단편선'. 오디오 클립으로 책을 읽는 것은 처음이라 어색했지만, 어느 순간 라디오에서 사연을 듣는 것처럼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가만히 앉아 책에 집중하는 독서법만 추구했었는데 설거지를 하면서도 방을 치우면서도, 글을 쓰면서도 '듣는 행위'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게 신선했다. 특히, 오늘처럼 선선한 가을밤에 잔잔한 성우의 목소리로 듣는 소설은 책을 감상하기 참 적절했다. 물론, 체호프 단편선이 주는 감성은 아름답고 서정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체호프 단편선의 가장 첫 장에 실린 소설은 '관리의 죽음'이었다. 이 소설을 읽고, 고등학교 때 이미 체호프를 접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분명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있었는데 아마 국어 시간이었거나 언어영역 시험지에 실렸..

민음사 질문하는 릿터(25호 깊이 읽기) - 1차 미션 '나의 그림책'

민음북클럽 신청할 당시, '릿터' 정기 구독 옵션이 있었는데 오래 망설이다 선택하지는 않았었다. 아쉬움이 남았었는지, 이번 '질문하는 릿터' 이벤트를 확인하자마자 신청일자를 체크하고 릿터 25호를 주문했다. 특히 주제가 마음에 들었던 이번 호는 이제 막 그림책의 매력에 입문한 나에게 '딱'인 책이었다. 앞으로 무슨 그림책을 읽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릿터'에 소개된 책 하나씩 봐도 될 만큼 하나하나 개성이 있고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는 것들이 많아서 도움이 많이 됐다. 얼마 전 재론북스에서 열린 '어른이들을 위한 그림책 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지구, 환경, 공동체'라는 주제를 가지고 서점 지기가 선별한 8권의 그림책을 함께 읽고 느낀 점을 나누는 모임이었다. 그림책에 관심이 있던 차에 동네 서점에..

민음사 북클럽 이벤트 - 미드나잇 리딩클럽 (배송, 오디오북 인증샷)

배송이 좀 늦는다고 생각했는데, 9일에 딱 맞춰 도착했다. 오디오북은 처음 듣는 거라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하는데, 민음사 북클럽 가입 덕분에 이런 이벤트도 참여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괜히 뿌듯한 기분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모든 모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온라인으로 만나는 경우가 많아졌다. 취향 모임은 함께 만날 때 기쁨과 즐거움이 배가 되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이 너무 안타깝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모임도 그것대로 의미가 있고 즐겁기도 해서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앞으로 4주간 진행될 '미드나잇 리딩클럽'도 기대된다. 누군가가 읽어주는 소설이라.. 그 느낌이 어떠할지. 활자로 읽을 때와 음성으로 읽을 때 한 권의 책은 나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벌써부터 설렌다.